원리탐구 > 졸업생 > 꼴찌에서 서울대까지

나는 전형적인 이과 사람이라, 책도 많이 읽지 않고 글 쓰는 것에 영 소질이 없다. 하지만 디디서원의 수강 후기 공고를 보고, 이건 써야한다 라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디디서원은 나의 유년시절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디디서원이 길 선생의 수학학원?? 이라는 이름일 때(1999~2000년쯤?), 최경호 선생님 밑에서 배운 첫 번 째 그룹 학생이고, 디디서원은 내가 다닌 첫 번째 학원이다. 그 당시 4학년이었던 나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고, 동네 수학학원을 처음으로 다니게 되었다. 이후 디디서원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디디는 DAEDU의 약자(?), 최경호 쌤의 별명이다. 학원의 본래 모토에 따라 요즘은 원리탐구로 또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디디서원이라는 이름이 가장 정감이 간다. 디디서원은 학원이라는 느낌 보다 서원에 가까운 것 같다. 최경호 쌤 아래에서 수학 뿐 아니라, 과학, 역사, 도덕, 영어 뿐 아니라 인생얘기, 공부 방향 등 기본적인 것들도 많이 배웠다.

디디서원에서 수학을 배우면서 수학실력이 수직적으로 상승했다. 디디서원은 한 문제를 풀어도 논리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정통적으로 수학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디디서원을 들어와서 기초적인 수학 지식을 배우고 5~6학년 때부터 KMC 등의 수학 경시대회 대비를 했다. 중학교 때는 경시대회 대비도 하고 고등학교 수학 선행도 같이 했다.
처음으로 수학을 제대로 배웠던 나는 모든 것이 신기했고, 어려웠고, 따라가기 급급했다. 매 주 test가 있었는데 그 때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지 않고, 혼나지만 않을 정도로 공부했던 것 같다. 꼴지만 하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6학년 때였나? 원리탐구3(사천 수학) 특강을 들으면서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안해서인지 최경호 쌤이 꼴지를 강제 퇴원시킨다고 하셨다. 그때도 나는 설마 내가 꼴지는 하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공부했고, 진짜 꼴찌가 되었다... 진짜 퇴원되지는 않았지만, 그 때부터 나는 생전 처음 해보는 꼴찌에 충격을 받고,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매순간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성적이 오르는 것도 재밌고, 화이트 보드에 그 중의 1,2등은 이름을 적어주는 데, 그 것도 몹시 뿌듯했다. 칭찬을 받으니 공부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열심히 하니 수학실력도 같이 늘었다.

이 후 중학교에 들어가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대비했다. 그 때도 디디서원은 정말 큰 도움을 주었다. 수학 뿐 아니라. 과학, 역사, 도덕 등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 과목들이 특강 형식으로 열렸고,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런 시스템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그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험기간에 공부 할 때는 정말 열심히 했고, 또 애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애들이랑 많이 친해졌다. 그 친구들과 요즘도 가끔씩 연락을 하고 지낸다.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었다.

또 최경호 선생님의 추천으로 연대 영재 센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험을 쳐서 합격했다. 그 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친구들과 친해졌고, 엄청나게 어려운 수학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배웠다. 그 곳에 다닌 후에 나는 과학고의 꿈을 키우게 되었고, 마침내 서울과학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디디서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KAIST를 졸업한 뒤 올해부터 서울대 치의학 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요즘에도 디디서원 다닐 때 생각이 종종난다. 최경호 선생님과 나는 인연이 정말 깊은 것 같다. 최경호 선생님과 나는 생일도 같다.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